[지성감천] 간디의 생일

2008.10.01 16:23

PONTNEUF 조회 수:10372

옆에 계신 분이 인도로 출장을 가기 위해서 몇일 동안 인터넷을 검색해서 비행기 표를 구입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싼 비행기 표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어야 합니다. 그래도 시간마다 달라지는 가격에서 가장 싼 표를 구입하는 것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라”는 무하마디 알리의 철학의 적용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하는 시간에 이분이 표를 구입했습니다. 다음날 보니까 더 싼 티켓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속상해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표를 구입한 후에는 그 표 값을 다시 검색해 보시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죽은 자식 .... 뭐뭐 하는 것’ 아니겠냐고...

조금 더 큰 일은 그 다음에 있었습니다. 인도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한데 그것을 깜박 잊고 있으셨던 것입니다. 요즈음 워낙에 한국 여권으로 비자 없이 들어가는 나라들이 많다보니까 주의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부랴부랴 비자를 받기 위해서 알아보니까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하는 날까지 인도 대사관이 휴무인 것입니다. 비행기 표를 연장 시켜 보려고, 긴급으로 비자를 받아 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하필이면 이때 인도 대사관이 휴무일까? “도대체 인도 대사관은 왜 논데요?” 제가 물었습니다. “간디의 생일이래요”

문호 R. 타고르가 위대한 영혼(Mahatma)이라고 칭송해서 마하트마 간디로 불리기 시작한 그는 인도가 낳은 그 민족의 지도자이며 사상가입니다. 그가 인도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것은 남아프리카에서 백인들의 박해를 받고 있는 인도 사람들의 인간적인 권리를 보호하고자 인종차별 반대 단체를 결성하고 앞장서 활동하며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살생하지 않는다는 아힝사(ahinsa)를 중심으로 간디주의를 낳게 됩니다. 훗날 힌두교와 이슬람 사이의 격동속에 민족을 화합으로 이끌려고 하는 그의 노력은 늘 평화를 지향하는 방식을 채택했고 이것은 그의 이름처럼 인도인에게 위대한 영혼으로 남아 있습니다.

남아 공화국의 넬슨 만델라는 틀림없이 간디가 지펴놓은 불씨를 키운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간디가 남아공에서 사티아그라하 투쟁을 전개해서 결국 모든 아시아인과 인도인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게 하고 비폭력 무저항주의 정착시키며 평화에 기여한 공로는 실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만델라 대통령만큼은 아니지만 간디도 늙은 나이에 반영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다가 1년9개월의 옥고도 치렀습니다. 만델라의 힘은 간디의 힘과 다르지 않습니다. 투쟁했던 자리도 다르지 않지만 무엇보다 비폭력 평화주의에 대한 굽힐 줄 모르는 의지가 그들을 위대하게 했습니다.

얼마 전부터 퍽 난처한 일을 앞에 두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주차장 제 차를 주차시키는 곳 앞쪽에 변을 보는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야생 고양이의 흔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민망하게 그분과 마주쳤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분으로 늘 손에 술병이 들려있는 알코 중독이 의심되는 분이었습니다. 어정쩡한 표정으로 헤어졌습니다. 주차장의 제 자리가 조금 구석지기는 했지만 자기 차 옆에서 볼일을 보던지 하면서 혹시 엄청 급하셨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날 돌아 왔을 때 그 부산물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습니다. 또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현상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고양이가 휴지를 사용할리도 없고 참 어처구니없었습니다. 의학적 소견은 잘 모르겠지만 동물적 본능 비슷한 취향(?)에 붙들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에는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다는 분노로 되갚아줌이 생각났습니다. 물론 제가 그분의 차 앞에다 볼 일을 볼 수는 없겠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오고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뚜렷해지는 것은 맞서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병든 환자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어떤 병에 붙들린 사람이 아니라면 결코 그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의 연약함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은 모르겠지만 결코 보복 따위는 생각지도 말아야 겠다고 생각봅니다.

때로 강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도 오히려 그 폭력에 피해를 입는 사람보다 약할 수 있습니다. 비폭력의 약함은 강함을 이기는 약함입니다. ‘자전거 여행’이라는 소설가 김훈씨의 글에보면 “1단 기어의 힘은 어린애 팔목처럼 부드럽고 연약해서 바퀴를 굴리는 다리는 헛바질하는 것처럼 안쓰럽고, 동력은 풍문처럼 아득히 멀어져서 목마른 바퀴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데, 가장 완강한 가파름을 가장 연약한 힘으로 쓰다듬어가며 자전거는 굽이굽이 산맥 속을 돌아서 마루턱에 닿는다”는 것처럼 사실은 연약함이 강함을 이기는 것이 진리일 것입니다.

제 곁에 계신분이 인도에 가는 것은 불투명합니다. 하필이면 간디의 생일이 그분의 비자 받아야 하는 날과 겹쳐서 어렵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분이 그 나라와 세계에 끼친 영향력을 생각하면 그 국민들이 기념하며 휴무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분노로 대처하기 보다는 온유함으로 대해야겠다는 간디의 철학을 생각해 봅니다. 그것이 제가 믿고 따르기를 원하는 예수의 가장 큰 교훈이기도 합니다.


XE Login